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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보면 자동차 뒤에 CVVL이라고 적혀있는 차를 종종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차 다섯 손가락 안에 매월 들어가고 있는 쏘나타에 들어가는 엔진, 누우 엔진에 들어가는 기술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목격이 되는 CVVL 엠블럼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팔리고 있는 자동차 말고 연식이 조금 된 차 중에서 VVT라는 엠블럼이 달려있는 차가 엄청나게 많다. 두 용어 모두 VV라는 글자가 들어가다 보니 이 둘이 서로 관련 있는 기술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VV는 variable valve의 약자로서 자동차 엔진 밸브와 관련된 기술이다. 이 VV 뒤에 붙는 T, L에 대해서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해보며 알아가도록 하자.


 영상으로 전체적인 개념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 담기에는 영상이 너무 무거워질 것 같다. 이런 점을 포스트로 매꾸도록 한다.



밸브 타이밍

 자동차 엔진에 대해서 제일 처음으로 배우게 되는 게 중학교 과학시간에 살짝 언급되었던가,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목이 처음이던가, 어쨋든 일반적인 자동차 엔진은 무한 반복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그 안에 단계가 있다. 4행정 싸이클이라는 용어를 쓰던가, 괜히 이런 용어를 사용해대면 지레 겁부터 먹을 것 같아서 쉽게 풀어서 쓸까 했지만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용어 팍팍 쓰면서 가도록 한다.

 4행정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 이 네 가지를 말한다. 먼저 피스톤이 내려갈 때 흡기밸브를 열어서 공기 및 연료를 실린더 안에 채우고 흡기밸브를 닫는다. 그리고서 피스톤이 올라가면서 압축이 되고 완전 압축 되었을 때 폭발하면서 피스톤이 다시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피스톤이 올라올 때 배기밸브를 열어서 배기를 하게되면서 한 싸이클이 완성 된다.

 이때 흡기밸브와 배기밸브를 딱딱 타이밍에 맞춰서 열고 닫고 해줘야지 정상적으로 엔진이 작동할 텐데 이걸 어떻게 하는가? 단순히 피스톤과 밸브를 연결시켜버리면 된다.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예를 하나 간단하게 들어본다. 어떤 공이 떨어질 때 바구니로 낚아채야 한다고 했을 때 떨어질 때마다 바구니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공이 떨어지면 바구니가 들이밀어지게 시스템을 짜는 것이다. 따로따로 독립적인 게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버리는 것.

 2바퀴 돌 동안 밸브들은 한 번씩만 열리면 된다. 때문에 2:1 기어비를 가지고 있는 기어를 벨트로 연결해서 타이밍을 고정시키는데 이 고정된 타이밍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수많은 상황에 모두 적합하지는 않다. 그래서 어쩔 때는 타이밍을 살짝 늦추고 어쩔 때는 조금 빨리하고 해줄 필요가 있었다.



밸브 오버랩

 그 타이밍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알아야할 핵심적인 부분이 밸브 오버랩이란 것이다. 오버랩이란 말이 다소 생소할 수는 있는데 어디서 들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날 것이다. 드라마 같은 데에서나 혹은 일상 대화를 하면서도 어떤 장면을 보면서 또 다른 어떤 비슷한 장면이 오버랩된다라는 표현을 하기도하고, 영상에서는 오버랩 기법이라고 해서 겹쳐지면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는 걸 말하기도 한다.

 밸브 오버랩도 똑같다. 흡기밸브와 배기밸브가 오버랩되는 구간을 말한다. 흡입, 압축, 폭발, 배기에 이어지는 부분은 배기 다음에 그 다음 싸이클의 흡입이 이어지는데 그 때 배기밸브가 딱 닫히고 흡기밸브가 열리는 게 아니라 둘 다 열려 있는 구간을 밸브 오버랩이라고 한다.

 딱 닫히고나서 열려야 깔끔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겹쳐지는 구간이 있어야 더 효율적이다.



VVT

 이 구간을 처음으로 줄이고 늘리고 했던 기술이 VVT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VV는 Variable Valve 이고 T는 Timing으로 밸브 타이밍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캠으로 밸브를 밀어주면서 열고 닫히고 하는데, 이 캠을 한 밸브에 2개를 두고 상황에 따라 바꿔줌으로써 타이밍을 바꿔주었다. 하나일 때보다는 2개일 때가 좋겠지만 2개 역시 상황을 맞추기에는 부족하다. 바지에 벨트를 채우려는데 구멍 하나를 더 채우면 꽉 끼고 하나를 빼면 헐렁한 그런 상황이 있다랄까.



CVVT

 그런 상황을 채워준 기술이 VVT 앞에 C가 붙은 CVVT이다. C는 Continuously를 의미하는 것으로 연속적으로 밸브 타이밍을 조절한다. 기어와 벨트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와중에 그 안에서 오일을 통한 유압을 통해 캠축을 살짝살짝 앞으로, 뒤로 돌려서 타이밍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한 번 더 발전을 하게 된다.



CVVL

 타이밍 뿐만아니라 열리는 정도까지 조절을 한다. 밸브가 항상 무조건 팍팍 열리는 게 좋은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흡입이 많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반대로 적게 필요할 때가 있어서 그 양을 흡기밸브 전에 스로틀 밸브로 조절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 조절했으니 완벽하네'가 아니다. 많이 흡입될 때에 맞춰서 흡기밸브가 많이 열리게 캠을 만들어 놓으면 흡입이 적게 필요할 때는 오히려 너무 많이 열려 있어서 실린더 내로 분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운동장에 흙먼지 방지를 위해 호스로 물 뿌려줄 때를 생각해보면, 멀리 퍼뜨리기 위해 물을 세게 틀었다가는 운동장이 물바다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약하게 물을 틀면 요 앞에 까지밖에 뿌리지 못할 것이다. 그때 물은 약하게 틀되 호스 입구를 잡게 된다.

 (유량이 일정할 때 흐르는 단면적을 줄이면 속도는 올라간다. 이것까지 쓰는 게 맞나 싶지만 말나온 김에 다 찌끄리고 간다. 유량이라는 것이 '시간 당 얼마의 부피가 지나갔냐'인데, 또 이 부피는 단면적 곱하기 길이가 된다. 그래서 길이/시간이 속도가 되면서 유량은 단면적 곱하기 속도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적은 흡입량에 맞춰서 흡기밸브 열리는 깊이를 낮게 해놓을 경우에는 많이 필요할 때는 밸브가 흡입을 방해하게 된다.

 이 부분을 해결한 것이 CVVL이다. CVV는 똑같고 L은 Lift로서 캠과 밸브가 바로 접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Lift를 조절하는 장치가 추가로 들어간다. 상황에 따라서 밸브의 열리는 정도를 조절한다.




 이미 충분히 내용이 길어졌는데 아직 끝낼 수가 없다. 이 기술들이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어떻게 제어해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까지 정리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제어는 크게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눠서 본다.


공회전 부근 (저회전, 저부하)

 밸브 오버랩 구간에서 흡기가 밀어주고 배기가 당겨주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흡입이 많이 필요 없다보니 쓰로틀 밸브가 많이 닫혀 있어서 흡기가 밀어줄 정도의 힘이 없다. 배기밸브는 타이밍을 더 빠르게 해서 좀 더 빨리 닫히게 하고 흡기밸브는 타이밍을 더 늦춰서 더 늦게 열리게 하여서 이 경우에 딱히 도움이 안 되는 밸브 오버랩을 최소화시킨다.


적당히 밟을 때 (부분부하)

 배기밸브 타이밍을 늦춰서 흡입 행정 때도 살짝 열려 있게 해서 배기 일부가 다시 실린더로 빨려들어가도록 한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차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EGR에 대해서 들어봤을 수 있는데 Exhaust Gas Recirculation이라고 해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흡입밸브와 함께 흡입하도록 재순환시키는 장치가 있다. 따로 EGR장치를 달긴 하지만 밸브 타이밍을 바꿔줌으로써 이 장치가 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동차 유해배기가스 중에 NOx, 녹스라고 있다.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등 질소산화물을 말하는데 이게 연소온도가 높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배기가스를 다시 실린더로 넣어줌으로써 연소온도를 낮출 수 있고 NOx 발생량을 줄인다. 압축효율은 그대로 하면서 공해를 줄인다.


풀악셀 저회전 (고부하, 저회전)

 이 부분은 상태부터 약간 언급을 하고 가는 게 이해가 좋겠다. 악셀은 RPM이 낮을 때도 풀악셀할 수 있고 RPM이 높을 때도 밟을 수 있다. 즉 RPM 이꼴 악셀이 아니라. 악셀은 흡기량을 조절하는 쓰로틀 밸브의 열리는 정도, 부하를 조절하는 것이고 RPM은 엔진의 회전 속도일 뿐이다. 두 개를 명확히 알고 가야 이해가 더 쉽다.

 엔진 회전은 느려서 피스톤은 천천히 오르내리는데 쓰로틀 밸브는 완전히 열려서 흡기가 세차게 들어온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흡기가 실린더를 빠르게 꽉 채워버리고 다시 나가버린다. 그래서 나가기 전에 흡기밸브를 닫아버릴 필요가 있다. 이 구간에서는 흡기밸브 타이밍을 더 앞으로 땡겨줘야 한다.


풀악셀 고회전 (고부하, 고회전)

 이 경우에는 회전이 빨라서 흡기가 실린더를 다 채우고 나갈 여유 시간이 없다.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흡기를 빨아들이고 금세 다시 올라오게 되는데 흡기의 부하 또한 높아서 피스톤이 올라오고 있어도 어느정도 밀고들어갈 만한 힘이 된다. 그래서 밀고 들어갈 시간을 좀 주기 위해 흡기밸브 타이밍을 늦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출력을 올린다.



 여기까지가 네 가지 경우로 나눠서 본 밸브 타이밍 컨트롤이다. 이렇게 정리된 걸 보다보면 '와 VVT, CVVT, CVVL 개발자는 진짜 어떻게 저런 걸 생각했을까?' 싶겠지만, 아마도 실제 개발에서는, 정리해놓은 것처럼 '상태가 이러니까 이렇게 해야 돼.'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다가 최적을 찾아서 제어하는 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서 이유를 찾는 그런. 물론 이래저래 해볼 때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예측하며 해보긴 하겠지만 말이다.




에필로그

 막상 다 써놓고나니 이 포스트를 어떤 사람들이 보게될지 싶다. CVVL 엔진이 들어간 차 오너? 길가다가 VVT 엠블럼을 보고 궁금한 사람? 과제 레포트를 쓰는 자동차공학과 학생? 어떤 사람이 됐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포스트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나아가 모든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포스트를 써본다.



이어지는 기술 CVVD 글쓴 김에 이 글에도 링크 추가

2019/04/11 - [과학] - 쏘나타 DN8 터보 엔진 CVVD 기술 (Continuous Variable Valve D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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