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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또 쓰다보니 맥락에서 벗어나는 얘기들이 너무 많이 들어간 느낌이 없지 않아 많네. 이게 또 블로그의 매력이 아닌가, 전문적인 얘기만 할 거면 전공서적을 썼겠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조향장치라는 정보만을 찾아온 분들을 위해 이 부분을 언급하고 시작하는 바이다. 조향장치 개념 설명 영상 이후로 정보를 위한 포스트가 이어지니 거기서부터 보면 될 듯하고, 블로그의 매력도 같이 보실 분들은 처음부터 쭉 읽어나가면 되겠다. 




 지난 포스트 마무리에서 예고했듯이 스노우보드의 조향에 이어서 이번엔 자동차 조향장치의 원리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이렇게 매번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또 어떤 내용으로 양질의 포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쓰다보면 몇 천 자가 넘어가버리곤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유독 출발선에서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동안은 일반적으로 대중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과학이라는 분야 중에서 그나마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다뤘었는데, 조향장치는 그전 것들에 비하면 대중적이지 않을뿐더러 내용까지 별로 없어서 풍성한 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도 이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이 있듯이 매번 풍성하고 많은 양을 다룰 수는 없고 간단 명료하게 정리하는 날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을 해대며 시작한다. 조향장치 원리를 일상속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10초도 안 되는 영상부터 보고 가실게요.




기본 원리 - 랙 앤 피니언



 지난 달에 친구와 오랜만에 양꼬치를 먹으며 찍었던 영상에 핸들 한 스푼, 바퀴 두 스푼을 첨가했다. 체한 상태로 저 영상을 만들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오랜만에 먹으면서 또 사장님이 서비스는 왜 그렇게 줘대시는지 과식까지 하게 됐더니, 양꼬치집 문 나오면서부터 속이 안 좋더라니 체해서 하루 이틀 고생을 하게 됐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랙 앤 피니언이라는 기계요소이다.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는 내가 그려 놓은 핸들과 바퀴 기준으로 봤을 때고, 저 기계에서는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켜주어 꼬치를 돌리는 게 맞는 거지. 이처럼 상황에 따라 회전운동과 직선운동을 변환해주는 것이 바로, 랙 앤 피니언이 되겠다. 맞물리는 지점에서 회전하는 부분을 피니언이라고 하고 직선운동하는 부분을 랙이라고 한다. 요즘 자동차에는 웬만하면 저 기본 랙 앤 피니언에 힘을 보태주는 보조장치가 달리게 되는데, 난 운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 보기 힘든 무파워 핸들을 심지어 작은 차도 아니고 덤프 트럭으로 나라 지키면서 써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보기도 했었다. 몇년이 지나긴 했지만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까지도 그곳엔 그런 유물이 있었다.


 이틀동안 글을 엄청 써댔더니 내가 영상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놈이었다는 걸 고새 까먹고 있었다. 정신차리고 가자는 의미에서 바로 자동차 조향장치 개념부터 변천사를 담은 영상부터 바로 보고 가도록 하겠다.



 전반적인 조향장치의 개념에 대해서 파악되었으리라, 이제 한 부분 한 부분씩 되짚어보면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수동 조향 - Manual Steering


 알고보면 정말 간단한 구조이다. 위에 있는 양꼬치 기계를 확대하면 조향장치가 된다. 랙 앤 피니언 구조로 핸들에서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고 그 직선운동은 링크에 연결되어 다시 바퀴를 회전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보조 장치는 없으며 퀴 돌리는 힘을 그대로 팔이 감당해야 한다. 경차만 해도 비어있는 차의 무게, 공차중량이 900kg 정도인데 사람이 탔을 때 조향을 담당하는 앞바퀴에 걸리는 무게는 엔진도 앞쪽에 있고해서 500kg이 넘어간다. 물론 마찰계수로 인해서 실제 마찰력은 500kg을 직접 들어 올릴 만한 힘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발 편하려고 차 타다가 팔이 피곤해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유압 조향 - Hydraulic Power Steering


 처음으로 팔의 수고를 덜어준 것은 유압이었다. 펌프를 돌려서 유압을 발생시키고, 조향 방향에 따라 그 방향으로 랙을 밀어줌으로써 피니언을 돌릴 힘을 줄여준다. 그런데 그 펌프는 뭘로 돌렸는가 하면, 엔진의 출력을 일부 빼내서 썼다. 추진력에 써야될 엔진의 힘을 엄한 놈이 빼가게 된 것이다.

 



전동 유압 조향 - Electro Hydraulic Power Steering


 조향하는 데에까지 엔진의 힘을 빼가게 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전동 유압 조향 방식이다. 일단 딱 보기에 용어부터 길어진다. 유압 발생을 위해 펌프가 필요한데 그 펌프를 모터로 돌리는 것이다. 엔진의 출력을 빼가지는 않게 됐지만 구조가 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전동 조향 - Electric Power Steering


 모터로 펌프를 돌리고, 그 펌프는 유압을 발생시켜 조향을 하던 것에서 펌프를 빼버린다. 모터로 바로 조향을 하는 전동 조향 방식이다. 이 전동 조향방식에는 모터의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핸들과 이어지는 기둥(column)에 설치를 했는데, 이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기 전에 MDPS라는 용어부터 언급을 하고 가는 게 낫겠다. MDPS는 Motor Driven Power Steering의 약자로서 모터 힘으로 조향을 한다는 것인데, 현대 기아 자동차에서만 굳이 이 용어를 쓴다.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은 죄다 EPS, Electric Power Steering을 쓰는데, 용어만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개념의 기술이다. 처음 이 기술이 나왔을 때는 혁신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유압 때문에 필요했던 펌프, 배관 등의 복잡한 구조를 다 걷어버리고 모터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기둥(column)에 모터를 설치하는 C-MDPS의 경우엔 더욱 간단한 점이 있다. 동력전달장치, 현가장치 등 오만가지 부품들이 있는 자동차의 아래 동네와 간섭이 없는 핸들 아래 쪽에 설치가 되기 때문에 그 전의 설계에서 바꿀 점도 없어서 설치가 더욱 쉬었다. 그러나 설치 후에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핸들에 가깝다는 것은 바퀴에서는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터와 바퀴 사이의 부품들을 합한 질량이 커지면서 즉각 적인 반응을 하는 데 있어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그렇게 큰 문제일 것 같지 않은데 치명적인 문제는 노면의 피드백이 핸들까지 전달이 안 되는 것에 있다. 핸들-모터-바퀴의 구조로 핸들과 바퀴 사이에 모터가 딱 껴 있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길을 갈 때 돌뿌리 같은 것이 앞바퀴를 옆으로 밀어 대도 힘이 쎈 모터가 다 먹어서 핸들까지 전달이 되지 않는다. 이게 지금 플레이스테이션 핸들 조이스틱으로 운전하는 거랑 무슨 차이인가 싶을 수 있다. 즉, 실제 핸들링에서의 이질감이 하나의 문제가 된다. 아 조이스틱과 차이가 하나 있겠다. 나중에 차에서 내려보면 실제 바퀴에 큰 홈이 파여 있을 수 있는 그런 차이 말이다. 그 외에도 핸들과 가까운만큼 강력한 모터의 소음과 진동이 운전석에 그대로 전달되는 점도 문제이다.


 이 문제점들을 보완한 것이 R-MDPS이다. R은 랙(rack)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둥이 아닌 랙에 설치가 된다. 소음과 진동이 운전석까지 오지 않고 바퀴와 가까워진만큼 조향 반응도 개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C-MDPS의 가장 큰 문제인 노면의 피드팩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모터와 바퀴 사이에 직접적으로 껴드는 구조가 아니라서 바퀴로 오는 노면의 정보를 모터에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핸들로 보내지게 된다. 다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설치의 문제이다. 하부의 복잡한 구조와 그뿐 아니라 하부로 튀는 물, 먼지 등을 견뎌야 한다. 설계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존의 구조를 다소 뜯어 고쳐야 하고 방수, 방진 설계가 들어가야 함으로 인해서 단가가 올라간다.



 여기까지가 요즘 차에 들어가는 최근 기술까지의 조향장치인데, 영상에서의 마무리처럼 조향장치에 있어서 전기장치의 투입은 자율주행차에 더욱 다가섰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 산들을 넘을 수 있는 방법 혹은 그 산에 터널 뚫는 방법을 터득한 정도랄까. 조향장치 즉 팔, 다리는 준비가 되었다. 이제 각종 정보를 얻을 눈, 센서와 가장 중요한 뇌가 더 견고해진다면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문제에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이 돼야하겠지. 운전석에서 누워서 자면서 가고, 맥주 한 캔 마시면서 가는 모습이 용인될 세상을 어서 보고 싶을 뿐이다.





에필로그


 글 초반에 분량 걱정하면서 간단한 글 어쩌구 했는데 이거 또 몇 천 자 넘어갔네. 이거 풀 악셀 힘차게 밟아대다가 차 퍼지겠는데, 무리 안 가게 좀 운전해야 될 텐데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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