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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스노우보드 원리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포스트의 본질을 이해할 만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Q. 자동차 엔지니어와 카레이서 중에서 누가 더 운전을 잘할까?

Q. 공대생과 체대생 중에서 (개인차는 있겠지만 보통) 누가 더 스노우보드를 잘 탈까?

 이게 이 포스트의 본질의 하나인데 다른 하나가 더 있다.


Q. 원리를 알고 타는 공대생과 그냥 타는 공대생은 아무 차이도 없을까?

 이게 또 다른 하나의 본질이다. 나는 기계공학도이자 자동차공학사이다. 어떤 물리적 원리에 먼저 관심이 가서 파고들고 그 다음에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생기면서 빠져들곤 한다. 스노우보드 역시 그랬고, 당구의 물리, 사진찍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카메라가 빛을 다루는 원리에 빠지며 사진과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 또한 그랬다. 이렇게 본질에 대해서 미리 밝히며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스노우보드의 원리에 대해서 정리를 했다. 이런 과학적 특히 물리적인 원리 같은 경우에는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영상이 훨씬 이해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영상으로 정리를 했었다. 포스트로 부가 설명을 하면서 조금은 더 자세하게 정리해보려고 봤더니 어느덧 저 영상을 업로드한 지가 1년 전이라고 뜬다. 사실 영상으로 1분이면 거의 이해가 될 것 같은데 포스트로 더 설명할 게 있을지 싶지만 일단 시작해본다.


(이게 티스토리로 옮기고 두 번째 글인데, 옆 초록 동네와 다르게 코드 건드려서 동영상 종횡비 조절할 수 있는 게 참 마음에 드는군)



 스노우보드, 말 그대로 번역해보면 눈 판때기 하나로 도대체 어떻게 눈덮인 산을 안전하면서 빠르게 내려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영상을 통해 그 원리를 어느정도 감 잡았을 것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로 이 핵심인데 그 턴의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 각각 얘기해보려 한다.



스노우보드의 턴


 두 방식의 턴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기 전에 기본적으로 턴이 무엇인가부터 정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초심자분들 중에 스노우보드에서의 턴을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꽤 있다. 보드만 돌린다고 해서 턴이 아니다. 핵심은 진행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보드의 진행방향은 경사를 향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보드의 방향만 돌리며 힐과 토를 왔다갔다하면서 턴을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건 턴이 아니라 브레이크만 토 엣지와 힐 엣지를 바꿔가면서 잡고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가도 어느 정도 경사까지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려갈 수 있지만 경사가 높아질수록 단지 마찰력만으로는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점점 빨라지게 된다.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해보자면 경사 각도, θ가 커질수록 떨어지는 가속도와 관련있는 sinθ 는 점점 커지고, 마찰력과 관련있는 cosθ는 점점 작아진다. 너무 심취해서 내 손가락에 브레이크를 못 잡고 이상한 쪽으로 깊이 들어간 것 같은데, 다시 스노우보드 턴으로 들어가서, 스노우보드의 턴은 보드의 진행 방향을 경사 방향에 수직, 즉 폴라인과 수직으로 돌려서 옆으로 진행하게 함으로써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직을 넘어서 경사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ex) 급경사에서의 카빙턴)



카빙턴


 그 진행방향을 바꾸는 턴의 방식 중 하나 카빙턴에 대해서 알아보자. 카빙턴과 이 다음에 알아볼 슬라이딩턴 모두 보드의 모양 변형에 의해 턴이 이뤄지는데 두 경우의 변형이 다르다. 우선 카빙턴의 변형은 몸의 기울임에 의한 이다. 



 몸을 진행하려는 방향으로 기울임으로써 보드 역시 기울어지고 앞부분, 즉 노즈의 약간 들려있는 부분을 시작으로 눈에 의해 보드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는데 체중은 보드의 아래 방향으로 향하면서 보드는 U모양으로 휘게 된다.



 단지 기울임만으로는 옆방향으로의 힘이 생기지 않는다. 곧은 날과 휘어진 날로 떡을 썬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휘어짐에 의해서, 노즈 부분뿐만 아니라 바닥부분도 밀리고 기울어진 방향으로 힘이 발생하며 진행 방향이 돌아가게 된다. 더욱 많이 기울일수록 보드 위 방향은 더욱 턴 방향으로 향하게 되어 더 턴이 잘 될 수 있고, 보드가 더 많이 휠수록 방향의 일치하는 정도와는 달리 그 힘 자체가 커져서 턴이 잘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슬라이딩턴


 슬라이딩턴 역시 보드의 변형에 의해 옆방향으로 힘을 발생시켜 턴이 된다. 예능 진행마냥 조금 끌어볼까 했는데 이미 위에 동영상에 다 나왔었기에 의미가 없네. 바로, 그냥 휨과는 다른 비틀림이다. 이 보드의 비틀림 변형은 몸을 돌림으로써 발생한다.


 몸을 돌림으로써, 정수리 방향에서 봤을 때 보드와 겹쳐져 있던 몸의 무게 분포가 수도꼭지 돌리듯이 돌아가면서 한쪽발바닥은 뒤꿈치에 무게가 실리고 한쪽발바닥은 앞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마치 물을 짜듯이 비틀림이 발생한다. 사실 실제로 탈 때는 앞쪽 발에 뒷꿈치나 앞꿈치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비틀지 뒷발은 그렇게 의미가 없지만, 원리를 말하기에는 짜는 듯한 비틀림이 이해하기가 쉽지 싶다. 이 비틀림에 의해서 눈이 보드 바닥면을 앞에서 뒤로 쭉 지나가다가 걸리는 부분이 생기게 되고 거기서 들린 방향으로 힘이 발생하며 옆방향으로 턴이 된다. 카빙에서의 휨과는 다른 비틀림을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 라이딩


 이렇게 스노우보드의 원리 두 방식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슬라이딩턴은 비틀림이라고 했다고 해서 기울임은 하나도 없이 몸만 돌려댄다면 보드는 진행방향이 바뀔지언정 몸은 원심력으로 인해 하얀 인절미 혹은 설탕뿌린 핫도그 뭐 그런 비슷한 비주얼이 될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스노우보드 원리는 턴의 기본이 되는 요(yaw) 회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실제 라이딩을 하는 데 있어서는 요 회전뿐만 아니라 경사턴 원심력에 맞춰서 피치, 롤 회전 또한 적절히 이루어져야 완전한 턴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라 위, 아래로의 움직임 또한 턴에 영향을 미친다. 위, 아래로 쓰려니 오히려 더 어색한 것 같은데 스노우보드를 타본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업 앤 다운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리듬을 타는 용도가 아니다. 작용, 반작용으로 더 빠른 회전력을 얻을 수 있는데, 지금 이 순간 문득 위에서 쓴 내용이 생각났다. '영상에서 다 설명되어 있어서 포스트에 뭐 쓸게 있을까'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어디까지 얘기하고 있는 건가 싶다.


 정리를 해보면,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적절히 컨트롤 된다고 했을 때 상급의 가파른 경사에서도 진행 방향을 돌리는 턴을 통해서 속도를 조절하면서 마치 초급 슬로프인냥 천천히 안정적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마무리로, 스노우보드를 통해 느낀 생각에 대해서 정리한 영상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상급에서 찍었음에도 마치 초급 슬로프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저 말을 슬쩍 꺼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풍경을 담으려는데 너무 움직임이 심하면 제대로 풍경이 담기지 않을 것과 폰을 떨군다면 굉장히 가슴이 아플 것 같은 마음으로 슬로프에 임하며 안정을 추구했더니 이게 상급인지 초급인지 펜스에 붙어 있는 제타 1-1이라는 현수막 정도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어버렸지만 내 의도와는 맞아 떨어지는 영상이 나왔다.



"내려가는 풍경"


그냥 객기부리며 정상을 향하던 애송이 때에는 볼 수 없었던,


펜스에 쳐박고 눈밭에 구르고 빙판에 찍고 멍들고 알 배기고 했더니 애송이 딱지가 살살 떼어지는 듯하면서 서서히 보여주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정상의 풍경관 다른

내가 만들어가는

내려가는 풍경.



 이 스노우보드 원리에 대한 포스트는, 이미 원리를 알고 있거나 원리 같은 거 몰라도 잘 타고 있는 상급자들은 별로 찾게 될 일이 없을 것 같고 대부분 이제 막 스노우보드에 대해서 알아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데, 상급자이건 초심자이건 모두 멋진 자신의 풍경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며 포스트를 마무리한다.



에필로그


 다음 포스트 예고편: 처음에도 살짝 뉘앙스를 풍겼듯이 사실 스노우보드 원리 몰라도 방법만 알면 탈 수 있다. 마치 자동차를 탈 때 핸들 돌리면 차가 회전하듯이 말이다. 핸들을 돌렸을 때 랙 앤 피니언에 의해서 회전 운동이 직선운동으로 바뀌고 이런 건 사실 몰라도 된다. 그런데 나같은 기계공학도이자 자동차공학사 같은 경우엔 그 원리가 궁금해서 알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포스트에서는 자동차 조향장치의 개념과 변천사에 대해서 다뤄볼까 한다. 굉장히 뜬끔포 같은 경향이 없지 않아 많지만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이게 연결돼서 떠오르길래 첨부하게 됐다. 이제 진짜로 마무리, 며칠 전에 어떤 사건과 함께 뉴스에도 스키장 얘기가 나오던데 안전 라이딩하시고 아까 말했다시피 멋진 풍경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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